연애라. 사실 성규는 서른이 넘고 나서 연애를 한 적이 없다. 이유는? 딱히. 일을 안 하고 밖에 나가질 않으니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없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연애도 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도 이십대까지만 해도 자잘한 연애도 하며 살았는데 삼년 전 직장에서 잘리고 나선 연애고 뭐고 열심히 살지도 않았던 거 같다. 오메가가 일을 한다는 건, 이 사...
고민이 있다면 보통 어떻게 하나. 그 고민이 스트레스로까지 다가온다면 그땐? 나는 그 무엇도 하지 않는다. 조용한 집안에 홀로 누워 밖에서 들려오는 작은 소리들을 들으며 그저 가만히,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여태껏 그래왔다. 어떡하지? 라는 질문에는 어떻게든 되겠지, 하며 답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넘길 수 있는 고민이 아니었다. 보통이라면 이런 ...
이건 어느 여름날의 이야기이다. 습할 대로 습하고 더울 대로 더운 어느 날, 나이는 먹을 대로 먹어서는 무언가를 하고 있지도 않고 백수 생활로 생을 천천히 연명해나가고 있는 그 어느 즈음에 있는, 어느 평범하고도 슬픈, 평범하고도 특이한 이야기. 그날 나는 평소와 별 다름없이 하루를 보냈다. 시간을 굳이 확인하지 않더라도 12시가 넘었을 시간에 일어나 이미...
이가 도련님의 상대가 될 수 있는 자는 많이 없었다. 어느 정도의 신분이 되어야만 그 상대가 될 수 있었는데 물론 명수는 평생 가도 도련님의 상대조차 되지 못하는 천한 신분은 아니었지만 펜싱이란 건 태어나서 한 번도 배워보지 못한 놀이라, 그저 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뜨거운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도련님의 취미인 펜싱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도련님, 물 가...
평소였다면 방으로 들어가서 왜 그런 거냐고, 아니, 우현이 자신을 밀어냈을 그 자리에서 당장이라도 왜 그러냐고 물어봤을 성규였지만 왜 그러지 못한 건진 몰라도 성규는 그저 텅 빈 거실에 앉아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고 앉아있을 뿐이었다. 왜 우현이 변한 걸까, 나도 모르던 사이에 우현이 변화할 만한 계기를 내가 만들었나. 그렇게 성규가 우현에게 묻지는 못하...
사실 나도 이런 짓을 한다는 자체가 썩 기분이 좋기만은 하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나 혼자 살고 있는, 아무도 없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르게 누군가의 눈치를 보며 움직이는 손이 바빠졌다. “하…, 하아…….” 입에서 나오는 가파른 숨소리가 내 귓가에도 박혀 들어오자 점점 흥분되는 마음에 밑을 흔드는 손이 더욱 빨라졌고 이 광경을 정말 누군가 보기라도...
멀뚱히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고 있던 성규가 괜히 아까 틀어둔 티비에서 나오는 우현이 거슬리는 바람에 결국 시선을 티비로 옮겼다. 글을 쓰려고 앉기는 앉았는데 도저히 집중이 되지 않았다. 어제 있었던 그 일이 뭐라고. 아니, 작은 일은 아니지. 성규는 조금도 잊히지 않고 생생하게 나는 어젯밤의 기억들에 부끄러움이 몸을 감싸는 거 같아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
참나. 성규는 혼자 이곳에 있는 게 어색하게 느껴지는 자신이 정말 어이가 없었다. 그 오랜 시간을 혼자 살아왔는데 잠깐 다른 사람과 같이 살았다고 혼자 있는 걸 어색해하는 게 정말 너무 어이가 없다 못해 황당해서, 성규는 우현이 가고 나면 이것저것 일탈을 하겠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사실 일탈이라 할 것도 없었다. 성규는 혼자 살고 나서...
새로운 세계관에 대해 쓴다는 건, 사실 무모한 도전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막연하게 글을 써내려다가 이 부분에선 어떤 스토리를 넣어야 하지? 얘는 어떤 능력을 가지면 좋을까, 하며 수 백 번을 고민하느라 하루를 다 보낸 적도 있었다. 그러니까, 성규는 새로운 내용으로 승부를 해왔으니 작가로 먹고 사는 동안은 매번 그런 생각들을 해온 것이었다. 하지만, 이건 ...
인생은 내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더럽고 안 풀리는 것들이 많다. “저희 회사에 입사하고 싶은 이유에 대해 말씀해보세요.” 그놈의 지원동기. 당신은 모르겠지만, 나는 이 지원동기를 벌써 양 손가락이 넘어가다 못해 발가락으로 세야 할 정도로 많이 썼어. 성규는 그 질문에 오늘도 기계적으로 말을 줄줄 쏟아내었고 면접관들은 사람 좋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네, 다...
계간 수열, 봄호에서 쓴 글입니다 . 어두운 새벽, 커다란 저택 앞에 모인 마을 주민들은 저마다 손에 성화를 하나씩 들고 서있었다. 그 가운데에 서있던 마을 촌장의 헛기침 소리와 함께 뒤쪽 어디선가 마차가 나타났다. 내려! 거친 목소리가 들리고 마차 안에 있던 남자는 땅으로 떠밀려 떨어졌다. 눈이 가려지고 몸이 묶인 체 덜덜 떨고 있는 모습이었다. 마...
“…저기요, 김 팀장님. 그쪽 내 일에만 엄청 예민한 거 알죠?” 서류 뭉치들을 테이블 위로 툭툭 치며 정리하던 성규가 들려오는 목소리에 하던 행동을 멈추고 시선을 들었다. 급격히 싸해진 분위기에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 건 그 말을 내뱉은 장본인도, 저격을 당한 김 팀장도 아닌 지금 이 사무실에 있는 직원들이었다. 침을 넘기는 소리조차도 크게 들릴 것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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